너를 기다리는 동안 - 황지우

사용자 삽입 이미지

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
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
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
내 가슴에 쿵쿵거린다.
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.
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.
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.
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,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
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
너였다가
너였다가, 너일 것이었다가
다시 문이 닫힌다.
사랑하는 이여
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
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.
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
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.
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
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.
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
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
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.


사진 http://blog.naver.com/onewayjess
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
Creative Commons License

Posted by 별을낚는소년

2009/03/31 23:02 2009/03/31 23:02

댓글 목록

  1. charles 2009/05/21 16:47 # M/D Reply Permalink

    최근 황지우시인의 한예종 사퇴로 심란한데...

    정말 잘읽고 갑니다.

댓글 남기기
[로그인][오픈아이디란?]
« Previous : 1 : 2 : 3 : 4 : 5 : ... 134 : Next »